[내일을 열며-남호철] 메르스 이후의 관광산업은

입력 2015-07-16 00:2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관광산업에 미친 타격은 적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이 오지 않고 회의나 행사가 취소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는 우리 관광산업이 얼마나 편중돼 있고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국 메릴린치 은행이 분석한 2014년 해외 중국 관광객 수와 이들이 사용한 여행경비는 1억900만명에 1640억 달러이다. 이들은 주로 한국과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이 메르스 사태에 휘말리면서 유럽 등 전 세계가 이들의 무대가 됐다.

실제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에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서울 명동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73%가 방문하는 대표적인 관광지라는 것이 무색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날 때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불편함을 느끼던 시기가 오히려 고맙게 생각될 정도였다.

특히 급증한 중국 단체 관광객의 파급효과를 누려왔던 제주는 직격탄을 받았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관광객의 급감은 제주 관광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과 제주에 이어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다른 지역의 백화점과 숙박업소들도 비명을 질렀다.

이제 메르스가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행 관광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돌아오는 중국인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관광업계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관광업계가 합심해 중국 여행사 사장단과 언론인, 파워블로거 등을 초청해 이벤트를 펼치며 한국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등의 캠페인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일시적 쇼핑 프로모션과 해외 유력매체 광고, 급조된 한류공연이 이미 관광흐름이 바뀐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미지수다. 한 번 바뀐 트렌드는 다시 되돌려놓기 어렵기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서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매우 큰 반면 한국을 다시 찾는 중국 관광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체류기간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1회 방문자 비중은 2011년 68.5%에서 2014년 79.8%로 증가한 데 반해 재방문자 비중은 14.8%에서 11.6%로 줄어들었다.

중국 관광객의 체류 기간도 2011년 10.1일에서 2012년 7.5일, 2013년 7.1일, 2014년 5.7일 등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관광은 쇼핑을 하는 데 치우쳐 있고 방문 지역도 서울과 제주도로 제한된 양상을 보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외부요인에도 흔들림 없는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소를 잃게 된다. 쇼핑관광, 바가지요금에 의존하는 저가여행 상품 근절과 중국 고소득층의 20, 30대 신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개발, 쇼핑에 치우친 관광 소비구조 개선, 운송수단 다각화, 중국인 방문권역의 전국 분산, 스마트 관광서비스 인력 양성, 한국형 여행보건 서비스 도입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증시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이 있다. 중국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국가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필요가 있다. 메르스 등의 사태가 아니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미래의 잠재 고객에게 손길을 펴야 한다.

남호철 관광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