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핵문제 평화적 해결… 오바마의 승리

입력 2015-07-15 03:14

이란 핵협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불안정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협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핵 협상 타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며 “이번 합의는 이란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 협상의 걸림돌은 재래식 무기”=이란 핵협상은 데드라인을 네차례나 연기할 만큼 합의과정이 난산이었다. 당초 최종 안을 6월 30일까지 도출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만났지만 협상 시한을 7월 7일→10일→13일로 차례로 미뤘다. 양측은 그러나 결렬을 선언하고 돌아서는 대신 협상을 계속할 만큼 합의 의지가 분명했다.

막판 핵심 쟁점은 2006년부터 이란에 가해지고 있는 재래식 무기에 대한 금수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이란은 핵무기와 무관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제재는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란의 주장을 지지했다. 미국은 난감했다. 이란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시리아와 예멘으로 이란의 무기가 흘러들어가면서 이 지역의 분쟁이 격화되고,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협상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도 쟁점이었다. 미국은 핵무기 제조시설로 의심되는 모든 군사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이란은 주권침해라며 반발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군 시설 사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타결이 여러 차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한 때 “협상 타결은 이란의 승리”라고 트위터에 올렸다가 이를 삭제하는 등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핵무기 포기 아닌 유예”=이번 협상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원천 폐기한 건 아니다. IAEA의 사찰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지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영원히 포기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런 의문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시설로 의심되는 곳에 대한 독자적인 공습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비록 핵 활동이 억제되긴 했지만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번 핵 협상이 아니었으면 이란의 핵무기 제조기간이 2∼3개월로 짧아졌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의 의미를 저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란이 합의를 어길 경우 즉각 제재 해제를 무효화시킨다는 조항이 합의안에 포함됐지만 핵무기 개발의 유혹을 봉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허점투성이 합의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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