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합의 후폭풍’… 연정 파트너도 “NO”

입력 2015-07-15 02:47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13일(현지시간) 구제금융 합의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그리스 집권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빨간 깃발을 불태우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마라톤협상 끝에 채권단과 힘겨운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그리스 내부에서는 혹독한 긴축안을 담고 있는 합의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AFP연합뉴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지원 협상 합의가 극적으로 도출된 가운데 그리스 내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소속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강경론자들은 예상대로 합의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협상 타결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퇴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협상 타결 직후인 13일(현지시간)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합의한 협상안에 대해 “굴욕의 정치, ‘신(新)베르사유 조약’”이라며 비난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식민지와 유럽 내 10% 이상의 영토, 인구를 잃고 피해국에 대한 엄청난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호주 ABC방송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경제와 무관하고 그리스를 회복으로 이끄는 것과도 무관하다”면서 “치프라스 총리는 합의해도 욕을 먹고, 합의를 못해도 욕을 먹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립그리스인당(ANEL) 소속 파노스 카메노스 국방장관도 합의안에 대해 “독일과 연합군에 의해 쿠데타를 당한 것”이라면서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금제도 개혁과 부가가치세(VAT) 간소화 법안,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안 등을 15일까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1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스는 이날 개혁법안 입법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의회 표결 과정에서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 소속 의원 40명가량이 반대표를 던지고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와 연립정부를 구성한 ANEL도 합의안에 반대한다고 밝혀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구제금융 협상 타결 이후 그리스가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이란 의미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기드온 래치먼은 “누군가가 굴복했다면 그것은 독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독일은 그리스에 또다시 수백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평범한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의 세금이 다른 회원국에 가기 때문에) 당연히 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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