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생의 인성을 평가해 대학입시에 반영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종전처럼 학생 인성을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의 서류·면접 평가에 반영하되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인성 평가에 대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인성을 무엇으로 평가하는가’는 객관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그동안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감안할 때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시행령에는 인성교육을 국가 책무로 규정하고 교육부 장관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시행령 어디에도 인성 평가를 대입에 반영한다는 내용은 없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성교육 확산을 위해 대입에서 교대와 사범대를 중심으로 인성 평가를 내실화하겠다고 밝혔었다. 특히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해 우수 사례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성 평가를 강화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많이 준다는 ‘당근책’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시행령을 설명하면서 대입에서 인성 평가 강화를 의도적으로 유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성교육 강화가 대입에서 인성 항목만 별도로 계량화해 평가하거나 독자적인 전형요소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 자율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토록 하고, 인성 평가와 관련한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번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계의 우려를 반영해 내린 결정”이라며 “적어도 교대와 사범대 입시에서는 인성 항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학생의 인성을 평가해 대입에 반영한다는 구상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사교육 업체들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려고 인성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요령을 가르쳐준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각종 인성 관련 자격증을 따면 대입에서 유리하다며 현혹하기도 했다. 인성 관련 자격증이 100여개나 난립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요 포털 사이트에 ‘인성교육’이란 검색어를 넣으면 이런 내용의 광고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일선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대입이 학교 현장과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제대로 숙고하지 않고 밀어붙여 혼란만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고교 진로진학담당 교사는 “민감한 대입에서 인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학교 현장의 혼란이 상당했는데 그나마 이번에 교육 당국의 입장이 명확히 정리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교육부가 민감한 대학 입시를 정책의 지렛대 삼아 간편하게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유혹을 이번에도 뿌리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인성평가 대입 반영’ 설익은 정책 결국 백지화
입력 2015-07-15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