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 8명 중 1명이 법정 최저임금(현재 시급 5580원)도 못 받고 일한다는 소식은 정부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한다. 더욱이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 적발된 사업주가 미지급액을 주겠다고만 하면 99.7%가 더 이상 제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헌법 제32조 제1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당사자 대다수가 그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셈이다. 따라서 국가는 헌법상 의무를 사실상 온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13일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879만9000명)의 12.4%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3월(231만5000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가 증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단속 의지와 역량이 약해진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정부의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 적발 건수는 크게 줄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장 단속을 통한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 건수는 2012년 9051건에서 2013년 5467건, 2014년 1645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노동자가 사업주를 신고한 건수는 2012년 771건에서 2013년 1423건, 2014년 1685건으로 급증했다. 최저임금 위반이 줄지 않았는데도 단속 건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단속 의지가 약해졌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 준수는 가장 중요하고도 당연한 기초 고용질서다. 2012∼2014년간 총 1만677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 중 사법처리 건수는 34건, 최저임금 고지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14건으로 둘을 합친 제재 건수는 전체 위반 건수의 0.3%에 불과하다. 근로감독관 수를 늘리거나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확대해 사업장 감독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즉각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설]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수
입력 2015-07-15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