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를 가다] 스마트폰 100종 연구 “차량 흔들려도 충전 끄떡없게…” 올인

입력 2015-07-15 02:08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제어개발팀 손정덕 책임연구원이 1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 전자시험동에서 신형 K5에 장착된 무선충전 장치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스마트폰을 올려두기만 해도 저절로 충전되는 무선충전 장치가 국산 자동차 가운데 처음으로 15일 공식 출시되는 기아자동차 신형 K5에 탑재된다. 무선충전 장치가 내장된 삼성전자 갤럭시S6와 LG전자의 구글 스마트폰 넥서스4는 올리기만 하면 충전이 되고, 다른 스마트폰은 무선충전 장치가 내장된 스마트폰 커버(2만9000∼4만원)를 달아야 한다. 커버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케이스와 같은 형태다.

1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를 찾아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한 전자개발센터 전자설계실 김철민 실장과 정웅철·손정덕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이들은 무선충전 시스템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시판 중인 100여 종류의 스마트폰을 모두 모아 연구했다.

무선충전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일본 도요타 등이 무선충전 장치를 일부 차량 내부에 장착했다. 다만 무선충전 장치를 자동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장착하는 게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이다. 김 실장 팀은 이번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특허 7개를 획득했다. 김 실장은 “2020년이면 13억개의 스마트폰이 무선충전 방식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나왔다”며 “앞으로 출시될 현대·기아차의 신차에는 대부분 무선충전 장치가 장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선충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무선충전 장치의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이날 찾은 남양연구소 내 전자시험동에서는 갖가지 시뮬레이션 시험 장비들을 이용한 무선충전 테스트가 계속되고 있었다. 차량 내부 히터나 에어컨 바람이 강할 때, 언덕을 올라갈 때,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등을 상정한 시뮬레이션들이 진행됐다. 신형 K5에 장착된 무선충전 장치는 위에 클립 등 이물질이 있으면 자동으로 충전이 중지되고,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패드도 설치돼 있다. 정웅철 책임연구원은 “차량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며 “우리가 개발한 자동차용 무선충전 장치의 안정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팀이 개발한 무선충전 장치의 완충 시간(5%인 배터리 양이 100% 충전되는 시간)은 갤럭시S6와 갤럭시S5가 각각 2시간20분과 3시간25분, LG전자 G3가 3시간40분이다. 유선충전에 비해 배 정도 걸린다.

전자설계실은 차량에 장착되는 모든 전자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이다. 자동차가 점차 ‘전자제품화’되는 추세에서 전자설계실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무선충전 시스템을 비롯해 스마트키와 버튼시동 장치, 파워윈도우 시스템, 주차보조 시스템, 어라운드뷰 시스템 등이 모두 전자설계실의 작품이다. 스마트키를 들고 트렁크 앞에 3초간 서 있으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도 전자설계실이 3년에 걸쳐 개발한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대형 세단인 에쿠스의 경우 100여개 컴퓨터 제어 장치가 차량 속에 장착돼 있으며, 차량 가격의 35%가 전자부품 값이라고 한다.

화성=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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