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한 사람을 찾는다

입력 2015-07-15 00:06

최근 나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할렐루야 2015 대뉴욕복음화대회’에 주강사로 다녀왔다. 집회 도중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애를 합법화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찢어지는 가슴으로 집회를 인도했다. 동행했던 기자들이 주일날 미국의 비교적 보수적인 교회들이 동성애 합법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 탐방하고 왔다. 그런데 어느 교회의 주보에서도 동성애 합법화에 대한 광고나 기도를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고 울분을 터뜨리며 설교하는 목회자도 없었다.

나는 한 보수교회에서 주일 마지막 예배를 인도하며 동성애에 대해 설교했다. 원래 동성애 설교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설교를 준비했는데 그 자리에 수천만 성도들을 이끄는 거대 교단의 총회장이 참석했다. 그분은 전용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순회할 정도로 위상과 영향력이 큰 분이다.

그분이 내가 설교하기 전에 교인들에게 인사말을 하는데 동성애 합법화가 되자 성명서를 냈는데, 자신은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썼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의분이 일었다. 그래서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 설교를 했다. 나의 이런 모습에 기자들이 고무되고 상기됐다고 한다.

예배가 끝난 후 성도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설교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해서 자녀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말해 줄지 몰랐는데 소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나는 예배 후에 총회장과 식사를 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만약 미국 워싱턴에서 100만명, 아니 50만명만이라도 모여서 기도를 했더라면 동성애법이 통과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교회가 하나 돼서 이런 법을 막았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이제라도 미국교회가 하나 돼 한목소리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총회장은 시선을 돌리고 이야기를 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미국 대법원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된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구나. 이처럼 안일한 문제의식과 영적 둔감함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구나.’ 물론 아직도 미국교회는 살아있다. 큰 교회도 많고, 교단들도 많다. 대형교회 목사들도 있고 거대 교단의 총회장들도 있다. 그러나 다 흩어진 모래알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한 사람의 지도자가 없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건재했을 때는 미국교회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로서 정계, 재계, 문화예술계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는 큰 교회 목사들도 있고 큰 교단 총회장들도 있지만 한 사람의 지도자는 없다. 개교회주의, 몇몇 목회자의 스타플레이, 개교단주의적 양상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허용한 것이다.

한국에 돌아오니까 그래도 아직은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교회가 깨어서 동성애 반대집회를 하고 강단에서 당당하게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는 목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교회도 점점 연합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여전히 큰 교회가 있고 큰 교회 목사는 많다. 굵직한 교단도 있고 총회장도 있다. 그러나 정말 한국교회의 양 진영을 다 포용하고 섬기며 이끌어갈 만한 한 사람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지도자가 나올 만하면 어떻게든 흠집을 내어 끌어내리려 하는 풍토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국교회도 개교회주의, 목회자의 스타플레이, 개교단주의로 가면 미국교회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제 주 안에서 하나 돼 함께 가자. 한목소리를 내자. 그리고 지도자를 무조건 끌어내리지는 말자. 역사의식과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 연합의 지도력을 발휘하며 한국교회를 지키게 하자.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개교회 목회자가 되지 말자. 자기희생, 개교회와 개교단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큰 걸음을 걷고 그 꽃씨를 뿌리자.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