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중 가장 권위 있고 역사가 깊다. LPGA의 전신인 WPGA(여자프로골프협회)는 1946년 이 대회를 처음 만들었다. 1950년부터 여자대회 최초의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고 3년 뒤 미국골프협회(USGA)가 물려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LPGA 투어 최대 상금 규모에다 70년 역사까지 어우러져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꼽힌다. 올해 우승상금 81만 달러(약 9억2000만원)는 웬만한 국내 대회의 총상금 규모와 맞먹는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함께 전 세계 ‘골프 룰’을 제정하는 USGA는 매년 코스를 까다롭게 조성한다. 진정한 실력자만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바로 US여자오픈이다. 내셔널 타이틀인 이 대회는 명예의 전당 멤버인 패트 버그가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등 1990년까지 미국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외국 선수에겐 단 5차례만 우승을 허용했을 뿐이다. 그만큼 미국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통산 우승도 미국이 51회로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셔널 타이들’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선수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한 세력은 다름 아닌 ‘코리안 군단’이다. 1998년 ‘맨발 투혼’의 박세리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들은 유독 이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13일 끝난 제70회 대회에서도 전인지가 우승하면서 최근 10년간 무려 7번(통산 8번)이 한국인 챔피언이다. 한국 선수들이 거둔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22회)의 36%를 차지할 정도다. ‘US여자오픈=한국여자오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USGA가 한국의 독주를 막을 방법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 같다. 내년에는 한국 선수들과 USGA의 대결에서 누가 웃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US여자오픈=한국여자오픈?
입력 2015-07-1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