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500억 유로 규모 국유재산 펀드 이전…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5-07-14 03:15
‘끝장토론’ 의지를 갖고 17시간 동안 회의를 벌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의 3차 구제금융 협상 합의로 그리스는 회생의 길 입구에 서게 됐지만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시작할 구제금융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반(反)긴축 기조로 정권을 잡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혹독한 긴축 정책에 대한 ‘내부의 반발’과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유럽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정상회의 끝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유로존 정상들이 뜻을 모았다”면서 “다만 새로운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데 동의한 대신 그리스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우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려면 부가가치세와 연금 삭감 정책 등 4개 개혁 법안을 15일까지 의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민사소송 비용 절감을 절감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과 유럽연합(EU)의 ‘은행 회복 및 정리지침(BRRD)’ 관련 법안은 22일까지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500억 유로(약 62조5200억원) 규모의 국유재산으로 펀드를 만들어 절반은 은행 자본 확충에, 나머지 절반은 성장을 위한 투자나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송전공사 민영화, 대량해고 등의 일정도 채권단과 합의해야 한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도입한 법안 가운데 긴축정책에 반하는 것들은 수정하라는 ‘굴욕적인’ 주문도 받았다.

유로존은 그리스가 개혁 노력을 보여준다면 협상 타결과 별도로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리지론’으로 120억 유로(약 15조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채무 원금 탕감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 부채 경감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당장 시리자 내부의 반발을 해결하는 일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파노스 스쿠를레티스 그리스 노동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타협안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소수정당인 반자본주의좌파연합(안타르시아)은 이날 밤 아테네 의회 앞에서 그리스의 새로운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협상 과정의 난항을 우려했다. 핸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매튜 비즐리 해외주식 담당자는 “그리스 위기가 일시적으로 수그러들었지만 그리스 의회의 개혁안 승인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로존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정상들의 이날 합의에도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증액하지 않고 현재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그리스 재무부 관계자는 당분간 그리스 은행들의 영업 중단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