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단이 13일(현지시간) 금융위기에 몰린 그리스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우려됐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일단 피하게 됐다. 그리스 의회가 구제금융 제공 조건이 담긴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간 합의문을 인준할 경우 일단 그리스 금융위기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날 오전 끝난 유로존 19개국 정상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만장일치 합의했다”면서 “합의에 따라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간 3차 구제금융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은 어떠한 형태의 그렉시트도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렉시트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상들은 전날 오후부터 밤을 새워 17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이번 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안에서 그리스 정부는 500억 유로(약 62조5200억원) 상당의 국영 자산을 펀드로 조성해 국외에 담보 형식으로 묶어두는 데 동의했다. 또 재정수지 개선을 위한 각종 개혁 입법을 15일까지 완수하고, 일부 국유 재산을 민영화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여기에는 연금 및 자본시장 개혁, 법인세와 사치세 등의 세제 개혁도 포함됐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향후 3년간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또 채권단은 이와 별도로 당장 급한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브리지론’ 형태로 120억 유로(약 15조원)를 제공키로 했다. 당초 그리스는 전체 빚 3230억 유로(약 405조32억원) 중 30%를 탕감받길 기대했으나 채권단은 탕감 대신 만기 연장 등 채무 부담만 일시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번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간 합의는 그리스 의회가 인준해야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그리스 의회는 조만간 양측 합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독일 네덜란드 등 7개국의 다른 회원국 의회에서도 통과돼야 한다. 이와 관련,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들 나라에서 합의문이 다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혁안을 그리스 의회가 서둘러 인준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련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번 합의 과정에 비춰 3차 구제금융이 원활히 제공되기까지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관련기사 보기]
그리스 ‘혹독한 긴축’ 시작된다… 유로존 정상 구제협상 타결
입력 2015-07-1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