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야당은 “현재권력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중앙선관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연 뒤 “(박 대통령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결정, 관련 사례 등을 살펴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대통령 발언의 전체 내용을 보면 국정 최고책임자가 정치권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과정을 비판하며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제1항 및 제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발언을 문제삼아 선관위에 유권해석 요청서를 제출했다. 새정치연합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관한 규정’ ‘공무원의 직무·직위를 이용한 선거 영향력 행사 금지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실상 특정한 문제, 내년 총선이 임박한 점, ‘직무와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행한 준비된 발언,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부당한 영향력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2004년 3월 3일 선관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 결론 내렸을 때 적용했던 것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24일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사례와 이번 건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특정 정당을 언급했는지 여부 등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관위 결정이 내려지자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대통령의 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음에도 선관위가 방관했다”며 “내년 총선의 공정성은 누가 담보할지 착잡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연한 판단인데 따로 입장까지 낼 게 없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현실정치 전반에 대한 대통령 언급을 선거법 위반으로 몰아가는 정치공세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됐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심판’ 무죄… 선관위 “정치적 의견 표명, 선거법 위반 아니다” 결론
입력 2015-07-14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