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혁신안, 겉으론 ‘압도적 찬성’ 속으론 ‘만신창이’

입력 2015-07-14 02:39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가운데 앉은 사람)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위원인 같은 당 우원식 의원(오른쪽)과 혁신안 의결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이 13일 ‘첫 번째 관문’인 당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결과는 ‘압도적 찬성’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만신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혁신위원회·최고위원회 간담회 때부터 이날 오전 최고위까지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를 막론하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까지 노출했다. 분파주의를 청산하겠다던 혁신안이 되레 당내 계파 간 정면충돌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는 최종 관문인 20일 중앙위원회 의결 때까지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불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콩가루집안’ 최고위=오전 9시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 초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문 대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혁신안은 세상에 없다. 눈앞의 현실과 이해관계가 아니라 당과 국가의 미래, 총선과 대선 승리를 내다봐야 한다”며 혁신안에 힘을 실어줬다. 전날 심야 간담회에서 언성을 높이며 혁신위 행보에 강력 반발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적극 존중하고, 혁신위 방향이 당의 미래에 큰 기여를 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승희 최고위원이 포문을 열었다. 사무총장 인선에 반발, 최고위에 장기간 불참했다 복귀한 그는 “(당직 인선을 강행한) 당 대표의 사과와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어 “최고위 개편은 적극 고려할 만한 좋은 제안이지만 ‘폐지’라는 제목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폐지가 맞다면 폐지 대상은 현 대표와 최고위원 전부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변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대표의 얼굴은 상기된 채 굳었다. 그러자 이용득 최고위원이 맞불을 놨다. 이 최고위원은 “모처럼 나온 분이 당 대표를 겨냥한다. 우리가 지도부, 전 당원, 국민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집단인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당이 완전히 콩가루집안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혁신안 당무위 통과 후폭풍=최고위에 이어 열린 당무위에선 혁신안 실천을 위한 당헌과 당규 개정안이 상정됐다. 사무총장제 폐지안을 두고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무난히 통과됐다. 참석한 당무위원들은 입을 모아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혁신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대로 전부 죽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였다. 사무총장제 폐지가 포함된 당헌 개정안 표결을 두고도 참석자 35명 가운데 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한 당무위원은 2명뿐이었고 기권은 4명이었다. 당규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혁신위는 9월 중앙위 처리를 목표로 후반기 혁신안 작업에 곧바로 나섰다. 하지만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최고위원제 폐지에 따른 대안 기구 구성 방안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최고위원제 폐지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최고위 폐지가 실제로 이뤄질지 미지수란 얘기다. 또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평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평가위는 벌써부터 ‘공천 물갈이 도구’라는 오해를 받고 있어 기준이 발표되면 당이 또 한번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게다가 사무총장제 폐지로 신설된 5개 본부장직의 인선 문제도 계파갈등 ‘뇌관’이 될 수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 인선 때 그 난리가 났는데, 이번엔 2명을 뽑아야 하니 두 배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표와 혁신위는 이제 당내 인사를 상대로 ‘정면 돌파’와 ‘물밑 설득’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혁신안에 비판적인 구성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혁신안과 혁신위는 물론 문 대표와 당의 명운까지 걸리게 됐다.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