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2012)로 1298만 관객을 모은 최동훈 감독이 3년 만에 신작 ‘암살’을 들고 돌아왔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펼치는 독립군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를 그린 ‘암살’의 시사회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등 내놓은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 최 감독은 이번에도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했다. 최 감독은 몇 년 전 우연히 독립군 사진을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스크린에 되살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감독의 의중은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들어맞았다.
독립군 가운데 안옥윤이라는 지적이면서도 강인한 캐릭터의 여성상은 전지현이 연기했다. ‘도둑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는 전지현은 촬영 한 달 전부터 고된 훈련에 돌입했다. 저격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5㎏에 달하는 총을 들고 넘어지고 부딪치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의 열정은 액션영상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후반부에는 쌍둥이 자매의 1인2역도 해냈다.
김구 선생의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정재가 맡았다. 이정재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뭔가 감추고 있는 이중적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15㎏을 감량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바꾸는 이는 신흥무관학교 출신의 속사포다. 최 감독의 표현대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배역을 맡은 조진웅은 시종일관 특유의 코믹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는 암살단을 쫓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의 이미지에 잘 어울렸다. 모든 것을 휘젓는 낭인 같은 캐릭터는 영화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하와이 피스톨의 그림자 영감 역의 오달수도 애드리브 연기 등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인물들 사이에 전개되는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총격전의 긴박한 상황은 최 감독의 이전 작품에 비해 강도가 세졌다.
18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상하이의 오픈 스튜디오에 재현한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의 풍경도 볼거리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비치고 레일이 깔린 상하이 거리, 경성 미쓰코시 백화점(지금의 신세계 백화점)과 명동 거리 등은 당시 항일운동의 거점인 두 도시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게 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살려주는 세트장은 시대극을 실감나게 했다.
‘암살’은 ‘국제시장’ ‘연평해전’처럼 시대는 다르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80년 전의 상황에 얼마나 공감하게 될지가 관건이다. 최 감독은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용기는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궁금증에서 제작하게 됐다”며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해 기억하는 한편, 장르 영화로서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둑들’에 이어 연타석 1000만 흥행을 달성할지 관심이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135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최동훈 회심작 ‘암살’, ‘여름관객’ 사로잡을까
입력 2015-07-14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