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못한 세월호특조위 내홍으로 휘청

입력 2015-07-14 02:37
지난 3월 6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왼쪽)과 조대환 부위원장. 연합뉴스

출범도 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결근 투쟁’에 나선 여당 측 위원의 ‘이석태 위원장 사퇴’ 요구로 휘청거리고 있다. 조대환 특조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특조위 해체까지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여당 추천 위원의 일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에서 이념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앞으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 부위원장은 13일 오전 2시10분쯤 특조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세월호 특조위는 해체되어야 한다. 특조위를 전횡하는 이석태 위원장 사퇴 시까지 결근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에는 지난달 말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특조위는 여야 추천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지명 각 2명, 희생자가족대표회에서 선출한 3명 등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검사 출신인 조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그는 희생자가족대표회 추천을 받은 이 위원장과 번번이 마찰을 빚어왔다. 이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회장 출신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정치 문제로 비화된 세월호 사태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 부위원장은 “이 위원장이 드러내놓고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유가족, 416연대 등 사회단체로부터 독립되지 못하며 별정직 채용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등 위법행위가 엄중하다”고 주장했다. 또 특조위 별정직 민간 전문위원에 사회단체 출신들이 채용된 것과 이 위원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각종 시위에 참여한 사실도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 추천 위원의 일탈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조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매일 개최된 상임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 왔고 중요사항은 합의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커다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특조위는 개인의 주장에 의해 해체될 수는 없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민간인사 채용절차를 마무리한 뒤 정식 출범식을 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예산·조직 구성 문제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온 특조위가 내분에 휩싸이면서 당장 출범식을 제대로 열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