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숨쉬기 좋은 달은 언제일까. 통념과 달리 하늘이 ‘높고 푸른’ 9∼10월 공기보다 더 깨끗한 게 7∼8월 공기다. 올해도 본격 장마철이 시작된 뒤로 대기가 한결 맑아졌다.
한국환경공단은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13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통합대기환경지수(CAI)가 ‘좋음’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6∼12일 CAI가 좋음을 보인 빈도는 24.7%였다. 그 전주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수치라고 공단 측은 밝혔다. CAI는 미세먼지, 오존,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에 따른 대기오염도와 인체가 느끼는 체감오염도를 고려해 개발된 지수다. 0∼50은 좋음, 51∼100은 보통, 101∼250은 나쁨, 250 이상은 매우 나쁨을 가리킨다.
봄철 내내 미세먼지와 황사에 시달렸던 하늘은 여름부터 급격히 맑아지곤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미세먼지 오염도와 오존 등의 수치는 대부분 지역에서 5월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뒤 6월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8월쯤 최저값을 기록했다.
미세먼지(PM10) 농도의 경우 5월에 전국 평균 66.2㎍/㎥으로 정점을 찍고 6월 44.7㎍/㎥으로 현저히 떨어진 뒤 8월 30㎍/㎥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산화질소 농도 역시 6월부터 점차 낮아져 8월 전국 평균 0.014ppm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는 모두 9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6∼8월은 1973년 기상관측 이래 단 하루도 황사가 발생하지 않은 기간이기도 하다.
여름 공기가 1년 중 가장 청량한 것은 겨울이나 봄보다 오염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난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화석연료를 주된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중국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여름철 난방 중단과 함께 현저히 줄어들면서 대기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점도 영향을 끼친다. 겨울부터 봄까지 중국 쪽에서 불어오던 북서풍은 여름이 되면서 남서풍으로 전환된다.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와 미세먼지는 북서풍을 따라 국내로 유입되는데 6월을 전후로 주 풍향이 남풍으로 바뀌면서 바람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흐른다.
장마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겨울이나 봄보다 부쩍 늘어난 강수량도 대기를 정화시킨다. 빗물은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고비사막 등지에도 비가 내려 오염원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찬홈이 지나간 14일 공기도 맑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환경공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7∼8월 공기, 1년 중 가장 청정하다
입력 2015-07-14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