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배우 김보성이 러시아에 간 까닭…“나도 한쪽 눈 고교생 때 실명” 시각장애인들과 의리의 무대

입력 2015-07-14 00:51
한빛예술단 홍보대사인 배우 김보성씨가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빛예술단의 교민초청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한빛예술단 제공

지난 7일 오후 7시(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한 공연장. ‘의리의 사나이’ 배우 김보성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세미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잇츠 나우 오어 네버’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등 두 곡을 열창했습니다.

이 무대는 5∼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8회 국제장애인페스티벌’에 초청받은 한빛예술단이 러시아의 한국 교민과 러시아인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한빛예술단은 한국의 크리스천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프로 연주단입니다.

김씨는 무대에서 “시각장애인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멀리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왔다”며 “특별히 이번 무대의 주인공인 한빛예술단 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의리”를 외치며 무대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한빛예술단의 홍보대사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는 시각장애인 6급입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를 돕기 위해 싸우다가 왼쪽 눈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후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한빛예술단과의 인연은 지난 4월 시작됐습니다.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관광안내 단말기 기증식에 참석한 김씨는 한빛맹학교 중창단 ‘빛소리’의 합창을 듣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전성균 한빛예술단 부단장이 이를 눈여겨보고 한빛예술단의 홍보대사를 제안했습니다. 의리의 사나이 김씨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등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단체 20여 곳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올 크리스마스쯤엔 소아암 환자를 위해 종합격투기에도 출전합니다. 파이트머니 전액을 소아암환자 치료를 위해 내놓기로 했습니다. 김씨는 2009년쯤 탤런트 김사랑의 전도로 신앙을 갖게 됐고 현재 서울 축복교회(김정훈 목사)를 섬기고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하기 전 김씨가 여배우를 추행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인터넷에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여배우의 증언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그보다 다른 일에 더 ‘욱’ 했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시각장애인 연주단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와서 연주하는 데는 관심도 안 갖고 근거 없는 루머나 유포하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니에요.”

시각장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중으로부터 큰 주목도 받지도 못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연장까지 달려 간 그는 역시 ‘영원한 의리의 사나이’였습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