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정 ATM 카드 복제 외국인, 해외서 현금 빼내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신용카드 수백장을 복제한 뒤 홍콩에서 현금을 빼낸 외국인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복제 카드를 만들어 예금을 인출한 혐의(절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로 캐나다인 K씨(50)와 불가리아인 Y씨(38)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의 ATM에 카드복제기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카드 정보 368건과 비밀번호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162명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일당은 지난달 22∼23일 홍콩의 은행에서 39차례 예금 인출을 시도했지만 9차례 147만원 상당을 빼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약 100만원은 중국인 한 사람의 돈이었다. 나머지 30차례는 예금자 한도 초과 등으로 실패했다.

범행에 쓰인 카드복제기는 실제 ATM 투입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했다. 몰래 카메라는 눈에 띄지 않게 기기 안쪽에 부착됐다. 경찰은 K씨 등이 은행 ATM과 달리 길거리 ATM 주변에는 CCTV가 거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본다.

두 사람은 카드복제기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때 모자·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걸어 다녔다. 국내에서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숙박비는 현금으로 지불했다. 범행 후인 지난달 18일 출국했던 이들은 이달 2일 다시 입국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지난 2월 말 발생한 홍대 인근 ATM 카드복제 사건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