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기사가 되느냐?” vs “기사가 되고 안 되고는 우리가 판단한다.”
청와대 홍보수석과 국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달 16일 온라인판 기사(본보 6월 23일자 5면)를 두고 주고받은 설전은 어쩌면 민주주의가 성숙한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빌미로 ‘보이지 않는 손’이 정책광고를 이용한 언론 재갈 물리기를 시도함으로써 언론사에 오점을 남긴 점은 유감스럽지만.
필자가 이번 사달에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두 사람 간 설전의 중심에 ‘온라인 편집권’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편집권은 언론 현업에서 자주 쓰는 용어가 아니었다. 전통 신문들은 인터넷 등장 이후 자회사(닷컴)를 설립하고 닷컴사들에 온라인 뉴스 운영을 일임했고 닷컴사들은 스포츠와 연예 등 연성(軟性) 기사 위주로 채워 왔다. 그 병폐가 오늘날 선정주의 창궐과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전송 행위) 만연으로 나타났다.
반면 권력과 언론들은 온라인에서 발원한 이슈들을 일단 무시 내지 방치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나쁜 여론이면 더욱 그랬다. 온라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의 여론은 온라인→오프라인→온라인을 거치면서 증폭되는 순환 법칙이 작동한 지 오래인데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때문에 방미를 연기한 사례도 온-오프 순환 법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온라인 여론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신문사들이 최근 편집국에 온라인 전담 부서를 두면서 디지털퍼스트를 선언하고 나서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영원할 것 같았던 편집국의 이름을 바꾼 신문사도 있다. 이는 신문사들이 온라인상 이슈와 여론에 적극적이고 경쟁적으로 대응할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웅변한다. 홍보수석의 온라인 편집권 개입 사태는 이런 흐름의 와중에서 벌어진 것이다.
온라인이라고 편집권의 자유와 독립이란 측면에서 오프라인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편집권 행사에 있어서 달리 접근할 여지가 있다. 그래선지 두 사람 간 날카로운 설전 소식을 접했을 때 2년여 전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온라인용 칼럼에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치권과 온라인상 의혹 제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알 만한 분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언급하면서 나라의 최고통치자이신 대통령님의 말씀을 문제 삼다니….”
일면식도 없는 청와대 인사의 훈계와 질책(?)이 처음엔 불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항의의 취지를 이해한 즉시 “장문의 칼럼이니 정정과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부분을 단어별, 문장별로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대로 반론을 반영해줬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온라인은 물론 종이신문에도 고정 코너로 자리잡은 ‘친절한 쿡기자’다. 특히 청와대 측의 당시 어필은 그해 10월 ‘뉴스 미란다원칙’을 도입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형사상 미란다원칙을 차용한 이 원칙은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란 안내문과 함께 고충처리인의 전화번호, 이메일을 병기해 고지하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정부 기업 등 취재원에게도 접근권을 인정한 것이다. 고충처리인은 온라인뉴스부장이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
권력과 언론의 핵심책임자 간 편집권 설전이 일기 전에 청와대 실무진이 뉴스 미란다원칙에 한번쯤 주목했더라면 사달까지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재호 편집국 부국장 jhjung@kmib.co.kr
[돋을새김-정재호] 온라인에서 권력과 언론의 소통
입력 2015-07-1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