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1년3개월이 지났음에도 비극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도 유가족 분향소, 실종자 가족 및 자원봉사자가 머무는 부스, 희생자 유류품이 보관된 컨테이너, 노란 리본 부착물 등이 널려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꼭 1년째 농성천막과 대정부 비난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자식 잃은 부모들 입장에선 이런 시설물이라도 남아 있는 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팽목항(팽목마을) 주민들은 “세월호 관련 시설물 때문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철거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고 당시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했던 주민들이 1년 이상 생업에 지장을 받다 이런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쯤 됐으면 유가족들을 설득해 시설물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라도 설치하는 게 좋을 듯하다.
광화문광장 농성천막은 서울시 조례 위반 시설이다. 농성장 상주 인원은 20∼30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유가족이 아닌 시민단체 회원이 대부분이다. 광화문광장은 조례상 시민 문화공간 기능이 최우선인데도 서울시가 허가받지 않은 천막을 방치하고 있다. 급기야 보수단체에서 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으니 이념 갈등의 상징물로 변질됐다고 봐야겠다. 박 시장은 전체 서울시민의 뜻이 반영된 해법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이런 갈등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특위 조직 및 예산이 담긴 시행령의 무리한 개정을 요구하는 특조위원장 및 야당이나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여당이나 무책임하기는 매한가지다. 여당 추천 부위원장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니 정상 가동은 요원해 보인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묘안을 마련해야겠다.
[사설] 팽목항에 세월호 분향소·추모리본 대신 추모비를
입력 2015-07-1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