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인허가 뇌물 잔치… 서울 19개 구청 35명 적발

입력 2015-07-14 02:40
건축 인허가를 둘러싸고 뇌물을 받거나 편의를 봐준 서울시내 19개 구청 공무원 3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일부는 차명계좌로 수년간 억대에 이르는 돈을 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청탁한 건축사 등 21명도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사용승인을 해주거나 건축 민원인을 소개·알선한 혐의(뇌물 수수)로 A구 건축과 팀장 김모(5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관련 서류를 임의로 폐기하거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직무유기 등)로 B구 강모(48)씨 등 공무원 3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00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건축현장 조사나 인허가 과정에서 건축사들이 법규를 어긴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사 조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시정 조치 없이 사용승인을 해준 혐의다. 김씨 등 5명은 23차례에 걸쳐 건당 20만∼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불법을 묵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업자의 동생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뇌물 수수에 이용하다 지난 3월 수사기관에 노출되자 사표를 내고 도주했다. 공소시효가 5월 말로 만료된다는 점을 노려 전국의 찜질방과 사찰 등에 숨어 지내며 대포폰을 사용해 뇌물 공여자들을 회유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규정 미달 건축물이 방치되면 주택에 딸려 있어야 할 주차장이 부족해지는 등 시민 불편을 야기하고 안전사고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19개 구청 공무원이 적발됐다는 것은 사회에 불법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