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결식아동 돕기에 앞장선 노옹(老翁)이 자신의 사후에도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주는 사업이 계속 이어지도록 30억원대의 땅을 쾌척했다.
부산 서구는 14년째 매월 저소득 가정에 쌀을 지원해온 ‘사랑의 띠잇기’ 후원회 김허남(95·사진) 이사장이 임야와 밭 등 4939㎡의 땅을 기탁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 끼라도 밥을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내가 죽더라도 결식예방사업이 끊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함북 명천에서 태어난 김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시절 백범 김구 선생의 학생 비서로 생활했으며, 6·25전쟁 때 부산에서 고교 교사로 일했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야학을 하면서 월급을 털어 아이들을 먹였다. 김 이사장에게 결식아동에 대한 애정은 신념이 됐다.
1954년에는 학교법인 ‘백민학원’을 설립한 뒤 제일 먼저 한 게 미군 원조를 받아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먹이는 일이었다. 제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다시 부산에 내려와 2000년부터 매월 쌀 10㎏짜리 100포씩 14년간 1만6800가구에 모두 16만8800㎏의 쌀(42억원어치)을 나눠줬다.
김 이사장은 “결식예방사업은 새마을운동과 바르게살기운동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95세 김허남씨의 이웃사랑 “한 끼라도 밥 굶는 사람 없어야”… 30억원대 땅 쾌척
입력 2015-07-1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