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후관예우와 부적절 수임 의혹

입력 2015-07-14 00:10

첫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이 탄생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3년 이상 법조 경력을 쌓은 신임 법관 37명이 이달 1일 임용된 것이다. 하지만 잡음이 너무 많다. ‘후관예우(後官禮遇)’ 논란과 일부의 부적절한 수임 의혹 때문이다.

후관예우는 법조계 고질병이었던 전관예우의 반대 개념. 임용이 예상되는 예비판사들이 대형로펌에서 우대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예비판사들이 지난해 12월 법관 내정 사실을 통보받고 로펌에 취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신임 법관 가운데 27명은 2년간 일선 재판부에서 실무를 경험한 로클러크(재판연구원) 출신이다. 로펌들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이들을 모신 뒤 융숭한 대접을 하면 ‘자기 식구’가 되는데….

수임 제한 규정 위반 의혹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신임 법관 중 한 판사는 재판연구원을 하다 로펌으로 전직한 뒤 연구원 시절 소속된 재판부의 사건을 수임했다. 공무원 재직 시 취급하게 된 사건은 변호사가 된 후 수행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말이다. 변호사 단체들이 지난달 성명을 내고 임용 내정 취소를 촉구한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용을 강행했다.

변호사 업계가 들고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이미 해당 판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환봉 사무총장은 13일 변호사 1052명을 대표해 부적격 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법원행정처에 제출했다. 평판사 임용을 둘러싼 변호사 집단 반발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대법원의 몰인식이다. 재판의 공정성이 우려되는 후관예우 방조, ‘법관 순혈주의’를 타파하지 못하는 로클러크 출신 대거 발탁, 청렴성에 반하는 현행법 위반 의혹 방치 등은 사법 불신을 자초하는 것임에도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법원의 존립 근거는 바로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있다”고 했건만 말과 행동이 이토록 다르니….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