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골프] 버디·버디·버디 ‘전인지’, 역전 쇼 … 첫 출전 만에 우승

입력 2015-07-14 02:10

이제 한국의 1등은 세계 1등이라는 등식이 적어도 여자골프에서는 통하게 됐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1위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첫 출전한 제70회 US여자오픈을 석권하며 KLPGA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인지는 올 시즌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차례로 승전고를 울리며 월드스타 대결에 합류했다.

◇한국 1등은 세계 1등=전인지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28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쳤다. 데일리베스트를 치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양희영(26)을 1타차로 제쳤다. 첫 출전 만에 US여자오픈을 석권한 역대 네 번째 선수가 된 전인지는 1996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1999년 줄리 잉크스터(미국)가 보유한 타수 기준 대회 최저타(272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우승상금 81만 달러(9억2000만원)를 수확한 전인지는 국내 투어 상금(5억5900만원)과 일본 투어 살롱파스컵 우승 상금 2400만엔(2억1000만원)을 보태 올 시즌 상금으로만 벌써 16억원을 넘겼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와의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1998년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첫 우승한 이후 7번째 한국 국적 챔피언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2008년과 2013년 챔피언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포함해 19차례의 비(非)미국인 챔피언 가운데 8차례나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지난해 우승자 재미동포 미셸 위를 포함하면 2011년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이후 5년 연속 한국(계) 선수가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전인지의 우승으로 한국 투어에서 통하면 세계무대에서 통한다는 속설이 꼭 들어맞게 됐다. 지난해 KLPGA 투어를 석권했던 김효주(20·롯데)와 2013년 상금 2위 김세영(22·미래에셋)이 올해 LPGA 투어 데뷔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2008년 신지애(27), 2009년 서희경(29·하이트진로), 2011년 유소연도 비회원 자격으로 LPGA 대회를 석권하며 KLPGA를 빛냈다.

◇승부처는 15번홀=전인지는 양희영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는 뒷심을 발휘해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2013년 데뷔한 전인지는 그해 6월 한국여자오픈 마지막날 15번홀부터 4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챔피언조인 양희영,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바로 앞에서 뛴 전인지는 11번홀까지 선두 양희영에 3타 뒤져 우승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12번홀(파3) 버디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승부처인 15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428야드로 긴 파4홀인 15번홀에서 양희영은 보기,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더블보기를 범했다. 16·17번홀 연속 버디로 오히려 3타차 단독 선두에 오른 전인지는 16번홀 이글로 추격해온 양희영을 가까스로 따돌렸다.

박인비는 전날에 이어 퍼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루이스와 함께 공동 3위(5언더파 275타)에 만족해야했다. 유소연은 합계 3언더파 277타를 쳐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티켓 다툼 치열=올해 한·미·일 투어에서 모두 우승을 맛본 전인지는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20위에서 10위로 뛰어 올랐다. 박인비가 1위를 지킨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한 김효주가 4위, 유소연은 2계단 오른 6위에 자리했다. 준우승한 양희영은 6계단 올라 10위에 랭크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한국 선수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림픽에는 세계랭킹 15위 선수들에게는 국가당 4명씩 출전할 수 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김세영이 12위, 최나연이 15위에 랭크돼 있는 등 15위내에 무려 7명이 포진해 있다.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