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무수히 많지만 모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해질 무렵 잠깐 반짝이는 별도 있고, 오랫동안 빛을 잃지 않는 것도 있다. 어제는 흐릿했던 별이 오늘 유난히 빛나기도 한다. ‘스타’도 그렇다. 자기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은 언젠가 빛을 드러내게 돼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쌓아뒀던 가능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놓고 ‘재발견’이라고 말한다. 요즘 방송가에는 ‘재발견’이 한창이다.
◇혁오밴드·자이언티…음악성 재발견=빅뱅, 소녀시대, 씨스타 등 아이돌 그룹 신곡이 쏟아져 나온 틈을 비집고 최근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줄곧 상위권에 랭크된 이들이 있다. 인디밴드 ‘혁오밴드’와 힙합 뮤지션 ‘자이언티’(Zion.T). 많은 이들에게 낯설기만 한 이들은 지금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 됐다.
이들을 대중에 소개해 준 방송은 ‘무한도전’(MBC)이다. 올해 ‘무한도전 가요제’에 혁오밴드와 자이언티가 합류하면서 “대체 어떻기에”라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어쩌다 한 번 들어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찾아듣는 사람들이 생겼다. 혁오밴드는 멜론차트 100위 안에 9곡이나 들 정도다. “이런 밴드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 무한도전”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자이언티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자이언티가 피처링한 힙합 뮤지션 ‘크러쉬’(Crush)의 신곡 ‘오아시스’는 13일 기준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힙합 음원 강자로 인정받아왔던 크러쉬지만 자이언티의 무한도전 출연도 한 몫 거들고 있다는 평가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 이후 2년마다 펼쳐지는 무한도전 가요제는 그동안 가창력과 음악성 재발견 양성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작곡가 정재형, 인디 뮤지션 ‘십센치’(10cm), 인디밴드 ‘장미여관’ 등이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뛰어난 음악성을 선보이며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노유민·김태균·솔지·루나…가창력 재발견=가창력의 재발견은 매주 일어나고 있다. ‘일밤-복면가왕’(MBC)을 통해서다. 복면가왕은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탈락’한 이들이 나올 때마다 보는 사람들은 감탄을 쏟아내며 ‘재발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12일 방송에서는 개그 듀오 ‘컬투’의 김태균, 1990년대 아이돌그룹 엔알지(NRG) 멤버였던 노유민, 2002년 데뷔해 3차례 음반을 냈지만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해 온 더네임(The Name)이 복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 방송이 끝난 뒤 이들의 노래 실력이 내내 회자됐다.
가장 드라마틱한 재발견은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다. 이엑스아이디(EXID) 솔지, 에프엑스(f(x)) 루나, 걸스데이 소진, 애프터스쿨 전 멤버 가희 등은 ‘기획사가 만들어낸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가창력으로 스스로를 빛냈다. 가수 정인이나 린처럼 이미 뛰어난 가창력이 인정된 이들도 복면가왕을 통해 건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유, 유이, 이준, 육성재…연기력 재발견=언젠가부터 드라마 주연급에 아이돌 출신이 적어도 한명씩은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드라마 인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기력보다 대규모 팬덤이 더 중요했다.
연기하는 아이돌이 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연기력’이 필수가 됐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tvN)에서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다. 하지만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수보다 배우로 더 알려졌다.
연기력으로 호평 받는 아이돌은 계속 늘고 있다. 아이유는 ‘프로듀사’(KBS)에서 톱 가수 신디 역을 맡으면서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씻어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상류사회’(SBS)에서 재벌 2세 여주인공 장윤하로 출연 중인 유이(애프터스쿨 멤버)도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SBS)에서 상류층을 연기한 이준(엠블랙 전 멤버)은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후아유-학교 2015’에서 거칠지만 아픔을 간직한 공태광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던 육성재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BTOB) 멤버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연기에 뜻이 있는 경우가 꽤 있다”며 “연기 기회가 주어지면 ‘아이돌 출신’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라도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음악성·가창력·연기력… 요즘 방송가는 ‘재발견’ 중
입력 2015-07-15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