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8) 옛날 영화를 보다

입력 2015-07-14 00:20
맨 얼굴의 클라크 게이블

‘할리우드 키드’를 자처하는 나이 든 연배에게 옛날 영화는 마치 고향 같은 푸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것은 단순히 옛날에 대한 노스탤지어나 영화(보기)를 둘러싼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옛날 영화가 지닌 흥취와 고유한 정서 때문이다.

확실히 옛날 영화는 요즘 영화와 다르다. 무엇보다 속도감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요즘 영화는 자칫 한눈을 팔거나 딴 생각을 했다가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따라잡기도 힘들다.

이에 비하면 옛날 영화의 그 유장(悠長)함이라니. 대개는 중간에 잠깐 ‘볼 일’을 보고 와도 영화를 즐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활극의 경우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영웅적인 선인 주인공은 행복(과 미인)을 얻고 악인은 지옥으로.

또 드라마도 복잡 미묘한 인간의 심리나 인간관계 탐구보다는 마음 한 구석에 온기가 피어오르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멋진 인생(1946)’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1962)’ 등.

옛날 영화는 이와 함께 잘 몰랐던 신기한 것들을 찾아보게 하는 재미도 있다. 예컨대 존 웨인의 벗겨진 민머리와 클라크 게이블의 콧수염 깎은 맨 얼굴. 각각 1960년 작인 ‘알래스카의 혼(North to the Alaska)’과 1935년작인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에 나온다.

영화팬이라면 옛날 영화도 가끔씩은 봐둘 것을 권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