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성규] 수도권매립지 상생으로 풀다

입력 2015-07-14 00:20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극단적 담력 테스트를 일컫는다. 1955년 개봉한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에는 두 청년이 죽을 각오를 한 양 서로를 향해 자동차를 몰고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먼저 핸들을 꺾는 자가 ‘겁쟁이(Chicken)’로 낙인찍힌다. 치킨게임은 이제 정치, 군사안보, 노사교섭, 산업 등의 분야에서 자멸도 마다않겠다는 극단적 대결 상황을 지칭하기도 한다.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과정 또한 그렇게 될 공산이 있었지만 수도권 시민과 시·도지사들은 상호 신뢰와 이해, 상호부조와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윈윈게임’으로 승화시켰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서울·인천·경기 지역 주민 2500만명이 의존해온 수도권매립지 부지는 당초 동아건설이 농지 조성 목적으로 간척하던 김포매립지의 일부다. 보릿고개가 엄존했던 시절인 1970년대 정부는 안정적 식량 확보책의 일환으로 김포매립지는 동아건설에, 서산간척지는 현대건설에 간척을 맡겼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1988년 간척지 절반 상당인 2075만㎡(630만평)를 동아건설로부터 공동 매입해 폐기물 매립지로 조성했다. 쓰레기종량제 등 폐기물 감량 정책과 재활용 정책 덕택으로 폐기물 매립량이 당초 예상의 3분의 1 이하로 줄면서 당초 사용 시한으로 봤던 2016년 매립면허 기간이 만료돼도 부지의 40% 이상은 남게 된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3개 시·도 어느 곳도 후속의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립면허 부여권을 행사하는 인천시에서 2010년 돌연 매립면허 연장 불허 방침을 천명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지역 정치권 문제로 비화했고 옳든 그르든 방향을 먼저 트는 지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치킨게임이 되면서 갈등이 갈등을 낳고 불신이 불신을 낳는 악순환에 휘말렸다. ‘수도권 쓰레기대란’은 결코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내몰리고 있었다. 2016년 말까지가 면허 기간이어서 그 안에 해결되겠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설사 면허가 부여된다 해도 그 이후 착수 가능한 쓰레기 매립용 그릇을 만드는 기반공사 기간(3년 내외)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위기감을 갖고 지난해 7월 신임 시·도지사들이 취임하자마자 중재를 본격화했다. 5개월여 물밑 작업을 거쳐 12월 16일 환경부 장관과 시·도지사로 이루어진 4자 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했고, 지난 1월 9일 제2차 회의에서 ‘선제적 조치’에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합의가 도화선이 되어 지역 정치권은 찬반 대립이 또 다시 격화되면서 해법 찾기가 어려워졌다. 7개월간 8차례나 4자 협의체 회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달 28일 최종 합의를 엮어냈다. 결렬 위기도 있었지만 국민을 위한 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공동의 소명과 목표가 있었고, 이를 성원해주는 2500만 시민과 도민이 있었기에 타결될 수 있었다. 아무리 난해한 갈등이라도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역지사지의 정신, 상생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면 해결 못할 문제는 없음을 모두 깨닫게 됐다. 수도권 주민들의 성원과 지원에 감사 드린다.

3개 시·도는 대체 매립지 공동 확보, 인천지역 지원, 수도권매립지 면허 갱신 등 후속 조치들을 지체 없이 효과적으로 실행할 것이다. 자원 다소비국이면서 자원 부존량 빈국인 한국에서 폐기물 최소화와 재활용 극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환경부는 국회 심의 중인 ‘자원순환사회 전환촉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그 길을 열 것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