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어디로] 유로존 정상들 끝장토론… ‘그리스 운명’ 안갯속

입력 2015-07-13 04:0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부터)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시작하기 전 구수회의를 갖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갈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그리스는 “무릎을 꿇었다”는 외신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국제 채권단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2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끝장토론’을 벌이겠다면서 회의를 열었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조건부 합의안을 도출해 정상회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상들은 그리스 해법을 놓고 양분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가장 중요한 통화를 잃었다. 그건 바로 신뢰”라며 “오늘 협상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결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리스와 유로존 전체의 미래와 협력 원칙에서 이점이 불리한 점보다 많을 때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앞서 11일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9시간의 마라톤회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2일 회의를 재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9일 개혁안을 제출했을 때 긍정적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더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개혁안 내용뿐만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 있어서도 갈 길이 멀다”면서 “개혁안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고 설령 만족스럽다고 해도 실제로 실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당초 유로존 정상회의에 이어 EU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존 정상회의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회의를 취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그리스의 개혁안 제출 이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렉시트에 대한 언급도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 외무장관이자 반EU·극우 성향 핀란드인당 당수 티모 소이니는 이날 “알렉스 스터브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새로운 구제금융에 찬성할 경우 실각을 무릅써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피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재무장관도 그리스가 지난 9일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결정해도 회원국들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유로존 회원국 8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