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종부세] 억울하게 더 낸 종부세, 개인은 돌려받을 길 없다?

입력 2015-07-13 02:21

종합부동산세는 과세기준일인 매년 6월 일정 가액을 초과하는 주택·토지 보유자를 대상으로 그 부동산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거두는 국세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처음 시행됐는데, 지방세로 재산세를 내는 데도 재산세 성격의 국세를 또 납부해 억울하다며 소수 부동산 부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2008년 말 종부세 시행규칙 개정으로 재산세 금액을 공제한 뒤 종부세를 부과토록 했지만 이중과세 논란은 계속돼 왔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12일 다수 기업의 종부세 일부가 이중과세였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종부세 논란은 재차 불거지고 있다. 국세청은 재상고 입장을 밝히며 환급 예상을 꺼리지만 파기환송심 판단이 대법원 취지와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일반 부동산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환급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골자는 국세청이 적용해 온 재산세 공제액의 산식이 잘못됐다는 데 있었다. 국세청은 그간 과세기준을 초과한 공시지가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70∼80%),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속으로 곱한 뒤 여기에 재산세 표준세율을 적용해 공제액을 계산해 왔다. 하지만 KT 등 35개 기업은 이 산식에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 부분을 빼야 타당한 공제액이 구해진다고 주장했다. 돌려줄 재산세를 따질 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면 나머지 20∼30%에 대한 공제가 차단돼 도합 235억여원의 재산세·종부세 이중과세가 발생했다는 논리였다.

이 소송에서 2심은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재산세 공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오히려 국세청이 적용해온 산식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대로 파기환송심 선고까지 이뤄지면 기업들은 그간 공제받지 못한 나머지 20%의 몫에 대한 재산세를 환급받게 된다. 고친 산식을 적용하면 한국전력은 100억2464만원에서 76억4973만원으로, KT는 142억4180만원에서 112억9318만원으로 각각 종부세가 감소한다.

국세청은 “대법원 취지대로라면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종부세와 재산세 모두가 부과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세청은 일반 부동산 부자들의 종부세 환급 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 전국의 종부세 납부자는 25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2009년 이후 돌려주지 않은 이중과세액이 수천억원대라는 관측도 벌써 제기된다.

다만 모두가 종부세 환급 혜택을 입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지서를 통해 부과 고지를 받은 납부자들이 우선 대상인데, 이들은 9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면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신고 방식으로 납부한 이들은 3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안내했다. 기한을 넘긴 이들은 세액을 공제받지 못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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