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허가 이어 이번엔 동성애 전시회에 시청 내줬다

입력 2015-07-13 00:13
㈔신나는센터는 11일 서울시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 ‘프라이드 페어’를 개최하고 여성 성기 그림책 등 음란물을 다수 전시했다. 주최측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막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입구에 서 있다.
이날 전시·판매된 동성애 조장 사진.
동성애자들에게 서울광장을 열어준 서울시가 이번엔 규정을 위반하면서 서울시청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신나는센터는 서울시 시민청(市民聽)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시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 11일 ‘프라이드 페어’를 개최했다. 신나는센터는 영화감독 김조광수씨가 2013년 9월 남남(男男)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으로 설립한 동성애자 인권단체다. 행사 목적은 ‘성소수자 문화생산자의 창작물 전시’였다. 서울시 청사를 관리하는 시민청은 이 단체에 370㎡ 규모인 태평홀과 내부시설, 장비의 무상사용을 허가했다.

하지만 ‘프라이드 페어’에서는 행사 목적과 달리 음란물이 전시·판매됐다.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때 음란사진을 게시한 ‘이쪽사람들’과 여성 성기 그림책 등을 전시했던 ‘Bozzy party’ 등은 축제 때 선보였던 음란물을 버젓이 판매했다.

문제는 이 행사가 사업기간과 심사기준 등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서울시 시민청 운영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참여와 소통에 기여할 수 있는 전시 공연 행사 등을 위해 대관을 허가할 수 있으며, 허가목적을 위반할 경우 대관허가를 취소하거나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주최 측이 허가 목적을 위반했지만 서울시는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2015년 하반기 시민공간지원사업 공모요강’에 따르면 서울시청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기간은 오는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어기고 사업 시작 20일 전 동성애자들에게 공간사용을 허가했다.

태평홀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행사에 참여 가능한가’ ‘시민들에게 공개해도 적합한 사업인가’ 등 8개 심사항목을 통과해야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접근권은 제한됐고 공공성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모(35·여)씨는 “초등학생 자녀와 무슨 행사인지 둘러보려고 했는데 입구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보기엔 부담스러운 전시물이 있다’고 통제해 발길을 돌렸다”면서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공개하지도 못하는 동성애자들의 행사를 서울시청 안에서 개최하도록 허가해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권모(38·여)씨도 “야한 부위를 그린 책자와 커피를 파는 부스도 있었다”면서 “시민을 위한 공적 공간에서 음란물을 전시하고 팔아도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직원 10명을 파견해 전시물의 유해성 여부를 점검했지만 전시물을 철거하지는 않았다. 같은 시간 옆 공간에서 열린 ‘아이조아 놀이교실(유아반)’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유아의 우회통행을 유도했으며, 청원경찰을 배치했을 뿐이다. 주최 측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모요강 중 사업기간 위반은 우리의 실수가 맞다”면서 “서류만 보고 서울시청 무료사용을 허가했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차후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른 관계자는 “태평홀은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규정상 판매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여성 특정부위가 그려진 책자를 팔았다는 이야긴 처음 듣는다”고 무책임하게 말했다.

신나는센터는 오는 9월 서울시청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장소사용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글·사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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