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이 사면초가 상태다. 치프라스 총리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를 얻었고 채권단과의 협상도 신속히 재개됐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채권단의 확신을 얻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채권단 입맛에 맞춘 개혁안은 소속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채권단과의 협상이 이번에도 결렬되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11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는 전체 의원 300명 중 83.7%인 251명의 찬성으로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한 개혁안을 승인했다.
압도적인 찬성이었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가족’의 외면을 받았다. 그리스 의회의 조 콘스탄토풀로 의장과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 등 시리자에서 반대와 기권표가 속출한 것이다. 라파자니스 장관은 “나는 정부를 지지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를 담은 긴축프로그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상 대표였다가 국민투표 직후 사퇴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가정사를 이유로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들이 반대한 모든 것을 수용하는 극적인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단 측은 치프라스 총리의 변신에도 이전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채무 탕감은커녕 그리스의 개혁 의지에 대해 여전히 ‘강경 회의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 채권국들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불사하겠다고 나선 판이다.
하지만 그리스와 채권단의 3차 구제금융 협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스 내부에서 분열의 소용돌이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경제부 장관은 이날 민영방송 메가TV에 출연해 정부의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은 의원 17명을 대상으로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시리자가 의원 17명을 출당시킬 경우 연립정부는 붕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궐선거를 치르고,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장관 2명을 교체하는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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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3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