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났으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열린 ‘스레브레니차 학살’ 2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한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가 성난 군중으로부터 돌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5년 7월 유고연방 내전 중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마을에서 8000여명의 이슬람교도를 살해한 사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집단학살로 꼽힌다.
학살 20주년을 기리는 이날 추모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각국 대표 수만명이 참석했다. 가해국이었던 세르비아의 부시치 총리도 이날 화해의 제스처를 표하기 위해 세르비아를 대표해 추모식을 찾았다.
그러나 엄숙했던 분위기는 부시치 총리가 추모 헌화를 하자마자 깨졌다. 수천명의 관중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고 일부 추모객은 신발과 물병, 돌 등을 던졌다. 일부 참석자는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구호를 외쳤다.
그 과정에서 부시치 총리가 날아온 돌에 맞아 안경이 부서지기까지 했다. 부시치 총리 관계자는 이날 AP통신에 “군중들이 방어벽을 부수고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부시치 총리는 군중이 자신을 쫓아오며 공격하려 하자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즉시 현장을 떠났다.
세르비아 외무부는 즉각 논평을 내고 “이번 공격은 부시치 총리뿐만 아니라 세르비아 국가, 평화 정책, 지역 협력에 대한 공격”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외무부는 이번 사건을 “총리에 대한 암살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보스니아 당국의 공개 규탄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보스니아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 입장을 밝혔다.
세르비아 총리의 추도식 방문에도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TY)와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 학살이 제노사이드(대량학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세르비아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지난 8일 이 학살을 ‘대량학살 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표결했지만 세르비아와 같은 슬라브족 국가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건 채택이 무산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스레브레니차 학살’ 20년 아물지 않는 상처… 세르비아 총리 ‘돌세례’
입력 2015-07-1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