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한 재벌 오너들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이 사장은 발로 뛰는 ‘현장 리더십’으로 큰 그림을 만들었고, 정 회장은 세밀한 곳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깨알 리더십’으로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 9일 떡보따리를 들고 면세점 후보 기업 프레젠테이션(PT)이 개최된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을 찾았다. 팥떡은 PT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12일 “탈락할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이 현장을 지켜 관계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까지 도면을 보며 실무를 지휘했다. 아이파크몰 건물에 자리 잡은 태스크포스 사무실에도 여러 차례 들러 “덥지는 않으냐.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직접 물을 만큼 세심한 배려를 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보도자료와 간담회장 인테리어도 직접 챙길 만큼 작은 곳까지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호남선을 활용한 지방관광 활성화 아이디어를 직접 내놓은 뒤 실무자들이 작성한 ‘충청문화권’이라는 단어를 충청도와 호남지방을 아우를 수 있는 ‘백제문화권’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한화갤러리타임월드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 리더십’의 결과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그룹의 ‘안방’인 여의도 63빌딩을 후보지로 내놓으면서 승부를 걸었다. 한화 관계자는 “‘서비스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라’는 회장의 신년사에 따라 한마음으로 달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대전에서 패한 대형 유통업체 CEO들은 다시 칼을 갈고 있다. 기존 면세점의 특허 기간 만료에 따른 ‘면세점 2라운드’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소공점(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부산 신세계면세점의 특허 기간이 11∼12월에 끝난다. 관세청은 기존 운영 업체에 프리미엄을 주지 않고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팥떡 돌린 이부진 설계도 챙긴 정몽규… 면세점 전쟁 ‘오너 리더십’ 빛나
입력 2015-07-13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