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무료급식 끊겨… ‘굶주림 절도’

입력 2015-07-13 02:29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무료 급식소가 배식을 중단하자 끼니를 해결하려고 남의 지갑에 손을 댄 60대 노숙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지갑에서 현금을 훔친 혐의(절도)로 최모(6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조모(20·여)씨가 지갑과 휴대전화를 화단에 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현금 7만1000원을 빼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 3월 재개발 때문에 반지하 월세방에서 밀려나 동대문구 답십리의 성당 부근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주거지가 불명확해지면서 기초생활수급 자격까지 잃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아침과 점심을 제공해주는 동대문구의 한 무료 급식소뿐이었다. 성당에서 급식소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로 지난달 9일부터 급식소가 배식 대신 도시락을 나눠주기 시작하며 상황이 나빠졌다. 최씨는 왕복 1시간을 걸어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양이 너무 적다고 느꼈다. 한 차례 도시락을 받으러 걸어갔다 온 뒤로 발길을 끊었다. 대신 성당 근처 자동차 부품상가를 돌며 직원들이 먹다 남긴 배달음식을 챙겨 끼니를 때웠다.

최씨는 지난 10일 다른 노숙인들로부터 “병원에 가면 먹다 남은 밥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 주변을 맴돌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지갑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신훈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