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교실에 정장 차림의 40대 남성 4명이 들어섰다. 원자력 계측제어 장비를 다루는 포스코 계열 ‘포뉴텍’ 관계자들이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직접 학교를 찾은 것.
이 학교 학생회장인 김원준(18)군이 면접장에 들어서자 면접관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김군은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군은 집 근처인 경북 울진 한울원전보다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현장인 아부다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군은 “원전을 수출하는 의미 있는 현장에서 근무하며 전문 기술을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채용을 진행한 포뉴텍 관계자는 “학생들이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높고 관련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종사자가 외국에 비해 적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이 원자력산업계를 독식해 소위 ‘원전 마피아’가 생겨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게다가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원전 분야를 진로로 삼는 이도 줄고 있다. 원전 수출뿐 아니라 폐로산업까지 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력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전 현장에서 일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원전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2013년도에 평해공업고등학교에서 원자력마이스터고로 변경된 이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한 원자력 중등교육 기관이다. 원자력 분야 인재를 일찍부터 양성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이 학교에서는 일반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원자력 기초, 방사선 기초, 원자력 계통, 원자로 이론 등 커리큘럼을 통해 원자력 전문 지식을 교육하고 있다. 관련 산업체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업체가 직접 학교 학생을 채용하는 ‘마이스터고 전형’도 진행된다.
이 학교에는 원자력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인천에서 울진까지 진학한 쌍둥이 이창민(18)·성민 형제도 있다. 이들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진로를 고민하다 원자력 분야에 취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교에 진학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에 취업, 졸업 후 입사할 예정이다. 창민군은 “일반 학교에 갔다면 원자력 분야 취업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라며 “관련 자격증도 미리 취득하고 원자력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특수한 산업이기 때문에 실습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울원자력본부 현장을 찾거나 실무진의 특강을 통해 실무 연계형 교육을 진행한다. 원자력마이스터고 백기흠 교장은 “원전 수출 등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원전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울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원자력의 미래, 인재를 키운다… 원자력마이스터고를 가다
입력 2015-07-13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