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노믹스 핵심은 중산층 임금인상… 오늘 경제공약 첫 연설

입력 2015-07-13 02:16

‘중요한 건 중산층의 임금인상이야, 바보야.’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제공약을 발표한다. 핵심은 임금격차 해소에 맞춰져 있다. 자신의 경제공약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는 ‘중요한 건 중산층의 임금인상이야, 바보야’로 정했다.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의회전문지 ‘더 힐’ 등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뉴욕 맨해튼 뉴스쿨대학에서 첫 경제공약 연설을 갖는다고 11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을 통해 중산층의 임금인상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첫째는 소기업 감세와 근로자 유급휴가 촉진, 육아 서비스와 교육 기회 강화다. 둘째는 최저임금과 부유세를 인상하고, 기업이윤을 더 많이 근로자들에게 분배하도록 유도한다. 셋째는 단기실적 중심의 기업경영보다 장기적인 지속성장 경영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의 경제공약이 임금격차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안팎의 경쟁자들을 의식한 차별화 전략이다.

우선 당내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샌더스 의원의 유세장에는 ‘부유층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인파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 달 전만해도 10%에 머물던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33%까지 수직 상승해 클린턴 전 장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임금 격차에 대한 누적된불만이 샌더스 돌풍의 원인으로 파악한 캠프에서는 서둘러 중산층을 위한 힐러리노믹스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을 월가에 우호적인 인물이라고 공격하고 있어 이를 속히 진화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캐치프레이즈는 다분히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4% 성장률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힐러리의 캐치프레이즈가 23년 전 대선 경선에 나선 남편 빌의 구호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점이다.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는 걸프전 승리로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맞서 ‘중요한 건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를 내걸어 승리했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치적을 이어받으려는 남편 빌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 임기 중에도 중산층의 임금이 정체를 보였다는 점에서 힐러리의 공약은 진정성이 부족한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편 미국교사연맹은 11일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주요 노동단체 중 공개적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은 전국교사연맹이 처음이다. 160만명의 교사가 소속된 미국교사연맹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노동단체다. 이 단체는 2008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힐러리를 지지했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