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마케팅 스크린 속으로… 문화마케팅 떴다

입력 2015-07-13 02:10
영화 ‘쥬라기월드’ 감독과 배우들이 지난달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사회장에서 삼성전자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사진).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등 할리우드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라인업 광고. 삼성전자·현대차 제공

기업들이 영화와 영화 속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문화 마케팅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영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기업 이미지나 제품 이미지 각인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쥬라기월드’와 ‘어벤져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쥬라기월드 영화 속 테마파크 중심에 자리 잡은 방문객센터의 이름은 ‘삼성 이노베이션센터’다. 영화 속 삼성 이노베이션센터는 관람객들이 첨단 기술을 통해 공룡을 증강현실로 체험하거나 공룡 연구가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묘사된다. 영화 등장인물들도 삼성전자의 다양한 모바일·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다.

쥬라기월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삼성전자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미국 영화 매체들은 5일(현지시간) 쥬라기월드가 미국 내 최단 기간 5억50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일 “정확한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흥행 성공을 이어가면서 삼성이라는 기업과 삼성 제품의 이미지도 함께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영화 어벤져스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시사회장에 신제품 갤럭시S6 엣지와 영화 속에 등장한 갤럭시 콘셉트 제품을 전시했다. 또 삼성전자가 1000대 한정으로 국내에 출시한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판매 시작과 함께 구매자가 몰려 온라인 상점 ‘삼성전자 스토어’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6월부터 미국 DC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배트맨과 슈퍼맨, 플래시맨을 등장시킨 그랜저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랜저 디젤,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이어지는 그랜저의 라인업을 배트맨, 슈퍼맨, 플래시맨에 대비시킨 TV 광고다. 현대차는 이들의 출연을 위해 DC코믹스 모회사인 워너브러더스와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앞서 기아차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영화 ‘엑스맨’의 주인공 울버린을 모티브로 개조한 ‘기아 엑스카’를 전시했다. 기아 엑스카는 쏘렌토를 강렬하고 남성적인 차량으로 개조한 것으로 울버린의 상징과 엑스(X) 로고를 차량 곳곳에 형상화했다.

효성이 서울 반포대교 남단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대 인공섬 ‘세빛섬’도 영화 어벤져스2 촬영 장소로 이용돼 간접홍보 효과를 누렸다. 세빛섬은 영화 속에서 첨단 연구시설로 소개됐다. 효성에 따르면 영화 개봉으로 평일 약 2000∼4000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주말에는 최대 1만명까지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영화를 통한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고, 흥행 성적에 따라 효과가 배가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향후 많은 기업이 간접광고나 제작지원 등을 통한 영화 마케팅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