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러진 신용카드도 살상 가능한 흉기”

입력 2015-07-13 02:30
부러진 신용카드도 사람을 해치는 흉기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곽정한 판사는 옛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물건을 부수고 마구 때려 다치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새벽 서울 중랑구 A씨(34·여) 집에 찾아가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조른 뒤 신용카드를 부러뜨려 목에 겨누며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목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재판의 쟁점은 부러진 신용카드를 살상이 가능한 ‘위험한 물건’인 흉기로 볼 수 있는지였다. 김씨 변호인은 “신용카드는 재질상 폭력행위 처벌법에 명시된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판사는 “부러진 신용카드의 날카로운 면은 사람의 피부를 쉽게 찢을 수 있어 보인다”며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일반적인 흉기가 아니라도 범행 당시 상태에 따라 폭력행위 처벌법상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해 왔다. 지난해 대법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된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형을 확정하면서 최루탄을 위험한 물건으로 처음 규정하기도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