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비가 온다. 한반도가 목이 타들어갔었는데 그야말로 ‘단비, 꿀비’다. 태풍 피해 걱정이 되지만 일단 목을 축이고 녹조 털어내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매년 가뭄과 홍수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사는 방법이 없냐고? 이게 얼마나 허망한 욕망인지는 이미 4대강 사업이 증명을 했다. 필요한 곳에 물이 있지 않으면 소용없고, 녹조와 흉측한 벌레들이 창궐하는 물은 믿을 수 없다. 본류에 가득 찬 물을 관개수로를 만들어 부족한 곳에 보내자고?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인근에서도 못 쓰는 물을 물 부족한 지역에 어떻게 보내나?
치수는 예부터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다.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과제다. 역사상 물을 끌어와 도시를 만드는 공격적인 치수를 했다가 망한 문명이 한둘이 아니다. 근대기 식민통치 속에서 근대화된 관개시설과 지하수 개발로 강이 마르고 결국 마을 자체가 풍비박산난 사례가 허다하다. ‘강의 죽음’이라는 책에는 이런 사례들이 넘쳐난다.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환경을 파괴해 강을 죽였고 다시 문명의 죽음을 낳은 것이다.
선진사회의 물 정책은 대폭 바꾸었다. 공격적인 기술로 가뭄과 홍수를 막으려다 더욱 파괴적인 피해를 당하고 난 후 이제는 가뭄과 홍수와 어떻게 지혜롭게 같이 살아가느냐를 목표로 한다. ‘정교한 지역 정책’과 ‘피해를 자연적으로 치유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예컨대 가뭄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는 작은 저수지를 많이 만들고 농경지 개발을 통제하고 지하수위를 관리한다. 홍수 피해가 심한 지역에는 강둑으로 막힌 좁은 물길을 터서 넓게 만들고, 필요할 때는 물이 넘칠 수 있는 숲이나 범람 농지를 아예 설정해 놓는다. 범람 농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가뭄 비용, 홍수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그들은 경험을 통해 획득한 것이다.
우리의 물 지혜는 어떻게 발상을 바꿔야 할까? 어떻게 가뭄과 홍수와 지혜롭게 같이 살아가야 할까? 정교한 지역 정책은 무엇이며 피해를 자연적으로 치유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비가 온다
입력 2015-07-13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