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11) 대중음악, 노출의 덫

입력 2015-07-13 00:10
스텔라. 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제공

빨간색의 타이트한 시스루 의상에 옆트임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최근 한 걸그룹이 공개한 티저 사진 한 컷이 공개되자 순식간에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음원이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화제몰이를 제대로 한 것이다. 요즘 음악 시장의 홍보 주기는 무척 짧아졌다. 3주 안에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접어야 할 판이다. 90년대는 음악 발표 수개월 뒤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들이 적지 않았다. 싱글 시장이 도래되고 미디어 매체가 많아지면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기획자들은 음악 발표와 동시에 시선을 모으지 못하면 패전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특히 걸그룹의 노출은 진화했고, 선정성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 가요가 세계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단순히 야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이 논란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화 후진국적인 시각이다. 노출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따라가기 위한 필수요소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섹시 콘셉트의 범람에 불과한 건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음악이 갖고 있다. 결국 음악은 음악 자체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아이돌 음악은 ‘보는 음악’의 성격이 강하다. 섹시 콘셉트도 오래전부터 이용됐고,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콘셉트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노출 등의 콘셉트는 음악을 대중에게 쉽게 접근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 가요사를 보면 이슈를 통해 화제몰이를 한 경우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음악성을 인정받거나 대중의 사랑을 오래 유지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듣는 것에 집중한 음악이든, 보다 시각적인 면이 강조된 음악이든 모든 음악 장르는 폄하되지 않고 본연의 성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어떤 노래가 대중성을 획득해 인기를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음악 자체에 기인할 수밖에 없다. 무작정 벗는다고 사랑받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