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협상 문턱서 난항… 13일로 시한 또 연장

입력 2015-07-11 03:50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군사시설 사찰과 제재 해제를 주고받는 문제를 놓고 막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양측은 오는 13일까지 협상 시한을 다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협상단(미국, 유엔,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과 이란은 당초 10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를 협상 시한으로 합의했으나 예정된 시간에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 6월 30일로 정한 협상 시한을 7일로 연장했다가 10일로 재차 연장했었다. 이에 주말 사이 추가 협상을 하기로 하고 협상 시한을 월요일까지 늦추기로 했다.

협상 연장이 반복되면서 한때 결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란 측 협상팀 관계자는 “24시간 전에 서방이 요구조건을 바꾸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말해 서방을 비난했다. 무함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물을 건너는 도중에 말을 바꿔 탈 순 없다는 말이 있다”고 밝혀 기존 입장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협상 시한 하루 전인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들에게 “어려운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고 해서 테이블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나쁜 협상은 협상이 아니다”고 말해 이란의 요구조건을 순순히 들어주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협상이) 때로는 과열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측 협상팀의 실무 주역인 어니스트 모니즈 미 에너지장관이 협상 장소인 빈을 10일 떠났다가 같은 날 오후 되돌아오기로 하면서 양측의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협상 종료 시점에 대해 케리 장관은 “며칠, 몇 주, 몇 십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진척 상황을 보고받았다”며 “앞으로 몇 주씩 더 끌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협상 시한이 10일을 넘기면서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미 의회의 검토기간이 30일에서 60일로 늘어나게 됐다. 제재 해제는 그만큼 늦춰지게 돼 이란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란은 협상종료와 동시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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