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투명공’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9일 대구구장에서는 프로야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이 공이 없는 글러브로 홈으로 달려드는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를 태그아웃 시켜버린 것이다. 0-0으로 두 팀이 맞선 4회말 2사 2루에서 삼성 박석민의 타구가 내야에 높게 떴다. 1루수 앤드류 브라운, 3루수 김연훈, 투수 김광현이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잡지 못했고 공은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내야안타가 됐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최형우가 3루를 거쳐 홈으로 달려오자 김광현이 태그를 했는데 정작 그의 글러브에는 공이 없었다. 땅에 떨어진 공은 브라운의 글러브에 있었다.
현재 많은 야구팬들이 문제 삼는 것은 경기 내용 자체가 아니다. 실제 야구 선진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트릭 볼(속임수 공)’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김광현의 경우도 ‘트릭 볼’로 여겨 경기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2012년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는 2루를 향하던 두산 베어스 손시헌이 몸을 피하자 공을 쥐고 있던 오른손 대신 빈 글러브인 왼손으로 태그해 아웃시켰다. 김상수는 김광현과 달리 두산 측 항의로 판정이 번복됐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10일 “(광현이가) 세이프라고 말했다면 그것 역시 말도 안 된다. 경기의 일부분 아닌가”라며 김광현을 두둔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시합의 일부분이 될 수 있어 옳고 그름을 결정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사건 이후 김광현의 행동이다. 김광현이 ‘실수’를 곧바로 알아챘음에도 숨기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당시 TV에선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브라운이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면이 중계됐다. 이때 김광현이 긴장된 표정으로 1루 근처에 있는 심판진과 삼성 코치진을 쳐다본 것을 팬들은 실수를 숨기려다 발각돼 당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도 끝까지 침묵한 김광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상훈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장은 “심판 징계를 논의하겠다”면서도 “(김광현이 곧바로) 양심선언을 했다면 판정을 번복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파문을 잠재우는 건 김광현의 몫이 됐다. 류 감독은 “오늘(10일) 분명히 문학에서 ‘의도적이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날 김광현의 사과는 없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타임아웃] ‘투명공 사건’ 김광현에 쏟아지는 비난… “경기 일부로 이해, 숨기기 급급 실망”
입력 2015-07-1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