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가 경찰 내부에서조차 지탄을 받고 있다. 인권 침해와 지시 불이행, 경관 연루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9일 경찰청은 인천공항경찰대에 지명수배자 박모(62)씨가 입국할 경우 입국일정과 수배 여부,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영등포서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영등포서에는 체포영장 사본 등을 공항경찰대에 송부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공항경찰대는 영등포서 A경위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영장 사본을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경위는 “지원팀으로 연락하라”고만 답한 뒤 끊었다. 공항경찰대는 하루 뒤인 26일 오후 1시50분쯤 영등포서에 수배자 입국예정 정보를 전달했지만 A경위는 “오늘 못 가요”라고만 대답했다. 보다 못한 공항경찰대 측은 직접 A경위에 대한 감찰을 영등포서 청문감사관실에 요청했다.
지난해 10월엔 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등포서 소속 파출소 B경관이 현장을 정리하다 피의자 유모씨의 몸을 두 차례 밀치는 일이 벌어졌다. B경관은 저항하는 유씨를 파출소로 연행했고, 소파에 가슴을 누른 상태로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손가락과 팔뚝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로 유씨를 입건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파출소 CCTV 화면을 토대로 ‘적법한 직무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B경관이 먼저 유씨를 밀쳤기 때문이다. 유씨가 CCTV를 돌려보자고 요청하지 않았다면 공무집행방해죄를 뒤집어쓸 뻔한 상황이었다. 최근 인권위원회는 B경관이 유씨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B경관을 징계 조치하라고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여기에다 경찰관 연루 성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영등포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김모(51) 경위는 순찰차 안에서 후배 여순경의 허벅지를 수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경위는 “예쁘게 생겼으니 같이 자자”고 말하는 등 수십 차례 성희롱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영등포서 소속 박모(34) 경사가 헬스장에서 여대생 C씨(24)를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영등포서 관내에서 인권침해, 지시 불이행, 성범죄 등이 계속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일 “영등포 지역은 유흥업소, 증권가, 국회 등이 있어 치안 수요가 많아 업무 압력이 다른 경찰서보다 높다”며 “압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환 조효석 기자 foryou@kmib.co.kr
여경 성희롱… 지시 불이행… 인권 침해… 나사 풀린 경찰, 왜 이러나
입력 2015-07-1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