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한화 ‘황금 티켓’… 서울 시내면세점 새 사업자 발표

입력 2015-07-11 02:39
15년 만에 추가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대기업 2곳은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됐다. 중소·중견기업 부문에선 SM면세점이 사업자로 결정됐고, 제주에선 제주관광공사가 신규 특허를 얻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오후 5시 영종도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3곳), 제주(1곳) 등 모두 4곳의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발표했다.

이날 4곳의 시내면세점이 추가 확정되면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은 일단락됐지만 글로벌 면세업계의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유커)을 유치하기 위한 동북아 국가 간 경쟁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세계 상위업체들 간 다툼으로 글로벌 면세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동북아에서 국가별 면세점 경쟁이 가열되는 것은 유커의 급증과 관계가 깊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 등에 따르면 2001년 1213만명이던 중국의 해외 관광객은 지난해 1억14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로 유입되는 유커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9년 134만여명에서 지난해 612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유커가 몰려들면서 국내 유통가가 들썩였고, 그중 면세점이 가장 큰 수혜 채널로 부각됐다. 실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성장 동력을 잃은 것과 달리 매년 매출 신기록을 무섭게 갈아치우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롯데면세점 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00억여원으로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보다 1000억원 정도 더 많았다. 2010년 4조5000억원이던 국내 면세 시장 역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성장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게 됐다.

유커는 다른 동북아 국가 간 면세점 경쟁에도 불을 댕겼다. 영토 분쟁으로 중국과 냉각기를 가졌던 일본은 양국 정상회담 개최로 인한 긴장 완화, 엔저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유커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면세 품목을 확대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6600여개인 지방 면세점을 2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외국 관광객을 2000만명까지 늘려 2조엔에 달하는 외국 관광객 소비를 4조엔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커의 본산 중국도 지난해 9월 하이난성 싼야에 세계 최대 규모인 7만2000㎡의 리조트 복합 면세점을 확대 오픈했다. 국영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50억 위안을 투자해 자국민 및 해외 관광객을 겨냥했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 4월 관세 및 소비세를 인하해 자국민의 해외 지출을 국내로 돌리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도 지난해 5월 중국과 인접한 진먼다오(金門島)에 3만815㎡ 규모의 에버리치 면세점을 열어 유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커의 등장으로 글로벌 면세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선두업체 간 재편도 빨라지고 있다. 덩치를 키워 제조업체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지난해 세계 2위였던 듀프리가 같은 해 6월 뉘앙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월드듀티프리(WDF)마저 인수하며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신라면세점도 같은 달 세계 최대 기내 면세업체인 미국의 디패스 지분 44%를 확보하며 글로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글로벌 수요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만큼 국제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