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연일 유로존 이탈(그렉시트)과 국가 부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제 위기는 사람들의 일상을 잔인하게 할퀴어놓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리스의 전례 없는 경제위기가 그리스는 물론 유럽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도 식량과 물이 부족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스 남부 에게해(海)에 있는 크레타섬, 로도스섬 등의 섬에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매일같이 밀려들고 있지만 그리스 정부가 재정 악화로 사실상 난민센터에 대한 음식과 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굶주린 난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은행 영업이 중단되고 자본통제 조치로 현금 인출이 제한되면서 혼란도 잇따르고 있다. 스위스 에델바이스 항공사는 최근 그리스로 향하는 항공기의 기장들에게 항공기 연료를 평소보다 더 많이 가져갈 것과 1만1200달러(약 1268만원)가량의 현금을 들고 갈 것을 지시했다. 기름이 부족해서 귀환하는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취지에서다.
수도 아테네에서만 하루 평균 최소 1500명 이상이 여권을 발급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이 비행기 타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스로 취항하는 항공사 가운데 최소 35곳이 그리스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면서 그리스인들은 현금으로만 항공기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찰을 넉넉하게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떠날 수조차 없는 신세가 됐다.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출장을 떠났던 그리스의 트럭 운전사들도 돌아올 만큼의 기름값을 지불하지 못해 유럽 도처에서 머물러 있는 처지라고 독일 언론들이 소개했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떠난 항구에서는 구매되지 않은 수입 물품들만 가득 쌓여 있어 경제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심지어 그렉시트 위기가 고조되면서 아테네의 호텔과 식당 등에서는 벌써부터 인접국인 불가리아나 터키 화폐를 선호하는 모습들도 목격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돈줄 마르고 일상 마비… 난민까지 할퀴고 간 그리스 쇼크
입력 2015-07-11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