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훈, 광주U대회 남자 공기권총 ‘3관왕’… “계란 노점 하시는 부모님께 금메달을 바칩니다” 눈시울

입력 2015-07-11 02:40
박대훈이 10일 나주 전남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이 끝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박대훈(20·동명대)은 10일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사격 3관왕에 오른 후 눈시울을 붉혔다. 고향에서 노점을 하며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이 생각나서다. 그는 3관왕에 오른 첫 소감으로 “아버지, 어머니께 제일 감사하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도 뒷바라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박대훈은 창원 봉림중 1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부모님은 김해 노점에서 계란 장사를 하고 있다. 이에 처음에는 운동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그래도 제가 운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니 나중에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대훈은 이날 아픈 어깨를 어루만지며 경기에 나섰다. 고교 시절부터 어깨가 말썽이었다. 지금도 총을 쏘기 위해 오른쪽 어깨를 들 때마다 통증이 온다. 하지만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아픔을 참고 광주U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어깨 부근에 염증이 생겨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빡빡한 대회 일정에 완치가 쉽지 않다”며 “통증이 있는 상황에서 출전했다”고 했다.

고향 길거리에서 계란을 팔고 있을 부모님을 가슴에 품은 박대훈은 결국 나주 전남종합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장하림(23·경기도청) 서진성(19·한국체대)과 짝을 이뤄 1722점을 합작해 몽골(1714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박대훈은 지난 6일 남자 50m 권총 개인·단체전에서도 우승했다. 다만 10m 공기권총 단체전이 끝난 후 이 종목 개인전에서 이번 대회 한국 최초의 4관왕을 노렸지만 5위에 그쳤다.

박대훈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이 됐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며 “개인전에서 5위로 끝나고 나오는데 눈물이 나오려 해 참았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제2의 진종오’가 돼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드리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나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