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실종’ 지구촌의 트럼프들

입력 2015-07-11 02:28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연이은 ‘막말 퍼레이드’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처럼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나 갖은 기행(奇行)을 일삼으며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해온 정치인들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그룹인 미디어셋의 소유자이자 유명 축구구단인 AC밀란의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8) 전 이탈리아 총리도 그중 한 사람이다.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특이한 헤어스타일 못지않게 갖은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마피아를 후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2009년에는 70대의 나이로 18세 소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건축자재 재활용 사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부를 거머쥔 중국 사업가 천광뱌오(47)도 ‘중국판 트럼프’로 꼽힌다. 2007년과 2010년 중국 최고의 기부왕으로 꼽힌 그는 지난해 돌연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NYT 방식으로는 중국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어렵다면서 자신이 NYT를 인수하면 보도 논조를 바꾸겠다고 말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그의 ‘주목 끌기’ 식 행보는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체코판 트럼프’도 있다. 한국계 일본인 아버지와 체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카무라 도미오(43)는 체코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뒤 2013년 총선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새벽당’이란 신생정당을 이끌고 상원의원이 됐다. 이민 가정 출신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체코인들은 모스크(이슬람사원) 근처에서 (무슬림이 금기로 삼는) 돼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피는 등 반이민주의 정서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21세기형으로 건조하겠다고 밝힌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정당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한 호주의 광산재벌 클라이브 팔머(61)도 ‘호주판 트럼프’로 꼽힌다고 WP는 소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