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을 자극하는 막말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자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은 트럼프가 이민개혁과 불법 체류자들에 반감을 갖고 있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릴 경우 내년 대선을 놓칠 우려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의 막말 퍼레이드를 보다 못한 공화당 전국위원회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의 수위를 낮추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튀는 언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프리버스 위원장의 경고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막말로 여론의 관심을 끌면서 그의 입이 더욱 거칠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공동 2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랜드 폴 상원의원의 지지율(11%)보다 4% 포인트 높았다. 트럼프는 앞서 전날 발표된 ‘퍼블릭 폴리시 폴’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16%를 얻어 12%에 그친 부시 전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를 제치고 1위에 랭크됐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애초 한 자릿수로 미미했으나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발언 이후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트럼프의 막말이 당 전체에 대한 신뢰도 및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내년 대선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여론조사에서 2위로 내려앉은 젭 부시 전 주지사가 선거자금에서는 당내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는 모금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 6개월 동안 1억1400만 달러(약 1287억원)를 모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슈퍼팩 및 개인 기부자들로부터 총 5100만 달러(약 575억원)를 모았고,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은 1000만 달러(약 113억원) 정도를 모금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막말’ 트럼프 인기에 속타는 공화당… 젭 부시 제치고 지지율 1위
입력 2015-07-1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