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3·여)씨는 방학을 맞아 모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그러나 8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아도 월세와 식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저축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씨는 “원래는 돈을 모아 등록금에 보태고 싶었지만 지금은 생활비라도 충당하면 다행”이라며 “주변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나마 그런 처지가 아닌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달 15일부터 3일간 전국 대학생 56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경기에 대한 판단, 물가 등 체감경기가 일반 소비자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소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 및 경기지수와 대학생들의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생 소비자심리지수는 91.71로 한은이 발표한 5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 105보다 13.29포인트 낮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 인식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100보다 크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심리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적으면 그 반대임을 의미한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 항목 중 현재경기판단지수와 향후경기전망지수는 대학생이 각각 56.1과 67.67로 소비자(76.0, 94.0)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 현재 및 미래 경제상황에 대해 훨씬 비관적이었다.
반면 대학생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3.26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5월 기준 109.82)보다 높았다. 주류 및 담배(166.7), 교통비(115.69) 물가가 소비자들과의 격차가 커 필수지출항목에 대한 대학생들의 체감 가격 상승이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도 대학생은 85.7%로 나타나 일반소비자보다 13.4% 포인트 높았다. 더욱이 대학등록금을 지출에 포함할 경우 대학생의 평균소비성향은 무려 210.2%나 됐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벌이는 적은데 필수소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대학생의 저축률(소득 중 저축 비율)은 12.5%에 불과해 1분기 국내 총 저축률(36.5%)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소의 문송이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경제 여건이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이 극도로 어두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대학생 체감경기 일반인보다 ‘꽁꽁’
입력 2015-07-11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