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네팔 지진 당시 응급 수술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에 감동을 줬던 미국 CNN방송 기자가 거짓 보도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산제이 굽타(사진)가 네팔 지진 당시 응급 수술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돼 CNN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은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한 굽타가 네팔 취재 중 카트만두에 있는 비르병원에서 현지 의료진을 도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위급한 상태였던 8세 소녀를 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간 언론감시기구 글로벌 프레스 인스티튜트(GPI)가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진과 소녀의 가족에게 확인한 결과 굽타가 수술을 도운 환자는 14세의 다른 소녀였으며, 소녀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굽타는 이날 CNN 아침 방송에 출연해 “병원 상황이 혼란스러워 세부 정보를 혼동했다”면서 자신이 수술한 환자는 당시 같은 병원에 있던 다른 소녀였다고 거짓 보도를 인정했다.
GPI 설립자인 크리스티 헤그라네스는 사실이 아닌 ‘소설’을 만들어 보도하려고 했던 굽타의 취재 행태에 대해 비난했다. 그는 “상황이 혼란스러웠다는 핑계는 어떤 언론인에게도, 특히 그 언론인이 수술까지 한다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르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는 “굽타가 수술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면서 “굽타가 자신이 기자이면서 의사라며 도움이 필요하면 돕겠다고 했는데 수술실이 하나라 인력은 충분했다”고 밝혔다. 굽타는 수술실 출입을 허락받았지만 카메라 촬영이 허가되지 않자 동료 취재진이 휴대전화로 수술 장면을 몰래 촬영해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공중위생국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굽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뇌수술을 집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네팔지진 당시 8세 소녀 수술했다는 CNN기자 거짓 보도 들통나 구설
입력 2015-07-1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