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는 그 어떤 스포츠 종목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육상이 한국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선 36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9일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에서 한국 육상의 새 이정표가 세워졌다. 그것도 육상의 꽃인 100m에서다. 주인공은 김국영(24·광주시청)이다.
김국영은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남자 100m 준결승 1조 경기를 가졌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폭발적인 스피드로 내달렸다. 2위로 골인했지만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전광판에 나온 기록을 본 후 환호를 질렀다. 김국영은 10초16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0년 6월 7일 전국육상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자신이 세운 10초23을 5년 만에 0.07초 앞당긴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결승에서 6위(10초31)에 그친 김국영은 비록 시상대에는 서지 못했지만 메달 수상자보다 더한 흥분에 잠겨 있었다. 김국영은 “컨디션이 많이 좋아서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골인하면서 한국 신기록을 직감했고 전광판으로 확인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김국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지만 지난해 인천시안게임 남자 100m 준결승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0초35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한 물 가지 않았느냐는 우려에 시달렸다. 그는 “광주U대회를 100%의 목표로 잡고 4월에는 몇 초, 5월에는 몇 초를 목표로 기록을 줄여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김국영은 정확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올림픽 100m 출전 기준(10초16)을 통과했다. 이에 내달 중국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육상에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100m에 자력 진출하기는 김국영이 사상 처음이다. 김국영은 선수 생활 은퇴 전까지 9초대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9초대에 가까워질수록 기록 단축하는 게 더 어렵지만, 9초라는 벽을 계속 두드려보겠다”며 “스스로 더 연구를 하고 주위의 도움도 받고, 훈련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지금 한국 단거리가 침체한 상황인데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카니 심바인(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니버시아드 남자 100m 사상 최초로 9초대 기록(9초97)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광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광주U대회] ‘육상의 꽃’ 100m 한국新 활짝
입력 2015-07-10 02:31